프로그래밍에서 본능적인 직관은 때때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을 의존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에서 언급된 '우연에 의존하는 프로그래밍(Programming by Coincidence)'과 같은 개념으로, 코드가 동작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운 좋게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본능적으로 코드를 작성할 때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기 어렵고, 코드의 유지보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본능을 활용하되, 이를 체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본능에 의존하는 프로그래밍의 문제점
개발하고 있던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심각한 성능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정 페이지의 로딩 시간이 갑자기 10초 이상 걸리는 상황이었고, 사용자들의 불만이 급증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기존에 성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했던 캐싱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성능이 개선되었고, 문제는 해결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QA 팀에서 특정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동작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로그를 살펴보니, 캐싱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동기 데이터 요청이 중복 실행되었고, 일부 요청은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운 좋게 동작했던" 코드가 예상치 못한 조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제가 겪은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개발자들이 자주 경험하는 문제입니다. 종종 개발자들은 특정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는 이유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단순히 "이전에도 이렇게 했으니 이번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예상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를 만들어 내고, 결국 코드가 불안정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개선 과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수행했습니다.
- 원인을 정확히 분석: 단순히 캐싱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흐름과 성능 병목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 명확한 로직으로 재구성: 비동기 처리 로직을 재설계하여 중복 실행을 방지하고, 데이터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수정했습니다.
- 테스트 코드 추가: 성능 문제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안정성도 검증할 수 있도록 단위 테스트와 부하 테스트를 추가했습니다.
- 문서화 진행: 문제 발생 원인과 해결 방법을 기록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기존의 본능적인 접근 방식을 버리고, 보다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특히, 성능 최적화를 할 때는 기능 안정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만, 평소 사용하지 않던 접근법을 적용하다 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렸고, 경험이 많은 동료 개발자의 조언을 받으면서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SW 개발 환경에서 본능에 의존하는 프로그래밍이 반복되는 이유
많은 회사에서는 제품을 개발할 때 '선행 시즌'과 '양산 시즌'을 구분합니다. 선행 시즌에는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양산 시즌에는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여 제품을 출하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SW 개발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테스트가 종종 간과됩니다.
양산 시즌이 되면 "일단 돌아가면 된다"라는 마인드가 강해지고, 본능적으로 빠르게 코드를 작성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특히 일정이 촉박할수록 코드 검증을 소홀히 하게 되고, 이는 향후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반대로, 선행 시즌에는 시간이 많아 보여도,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안정성을 확보하는 테스트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많은 개발 조직에서는 "이전에도 잘 작동했으니 이번에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환경 변화나 새로운 요구사항 하나만으로도 코드가 예상과 다르게 동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개발자가 코드의 동작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우연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본능을 넘어서, 검증된 개발 문화로
본능에 의존하는 프로그래밍이 반복되면 SW 품질이 나빠지고, 결국 유지보수의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쁘던 바쁘지 않던, 코드 검증을 항상 수행해야 합니다. 테스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통해 본능적으로 작성된 코드의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능에 의존하는 프로그래밍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코드 리뷰, 자동화된 테스트,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운 좋게 동작하는 코드"가 아니라, "이유를 정확히 아는 코드"를 만들 때, 우리는 더 나은 개발 환경과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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